2015년 2월 12일 목요일

동물의 사랑이 인간의 사랑보다 더 헌신적일까?

우리 인간이 아무리 열렬한 사랑에 빠졌다 한들, 고래 부부처럼 자식들을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기르기 위해 북극에서부터 따뜻한 난류가 흐르는 곳까지 수천 킬로미터를 헤엄쳐 갈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또한 철새들처럼 지구의 경도를 가로질러 얼음장처럼 차갑고 공기가 희박한 고공을 날아갈 수 있을까? 어느 누가 연어처럼 기진맥진하여 죽음에 이를 때까지 강과 댐의 급류를 거슬러 오르며 천적들과 맞서겠는가?
어떤 남자가 수컷 늑대와 수캐들처럼 배란기의 암컷을 향해 먹지도 자지도 않고 쉴새 없이 짓어 대겠는가? 또한 바다사자와 말코손바닥 사슴 처럼 암컷 무리를 소유하기 위해 피 터지게 싸우고 심지어는 생명까지 내놓겠는가? 부드러운 연애와 신속한 성교에 익숙한 인간 남자들이 과연 사마귀들이 하는 성교를 감당할 수 있을까? 환희가 끝남과 동시에 암컷에게 목을 내놓는 그런 성교를 말이다.
사람이라면 수벌처럼 여왕벌의 혼인 비행에 목숨을 던지지 않을 것이다. 누가 얻는 것 하나 없이 젊은 나이에 그런 식으로 죽으려 하겠는가? 또한 만약 수컷 무당거미처럼 정해진 신호에 따라 조심스럽게 거미줄에 접근하지 않으면 덩치 큰 암컷에게 잡아먹힌다면 세상 어떤 남자도 여자에게 다가가지 않을 것이다.
많은 작가들이 밝혔듯, 사랑에 있어서 우리 인간은 동물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수줍고 소심하며 겁이 많고 쩨쩨해서, 본능에 이끌려 크나큰 피해나 희생을 감수하는 영웅적 행위를 하지는 못한다. 예외적으로 필레몬과 바우키스 , 엘로이즈와 아벨라르, 마농과 데 그리외 , 성 프란체스코와 성녀 클라라, 그리고 피에르 신부와 테레사 수녀 등 사랑의 순교자와 증인만이 고래와 연어, 꿀벌, 무당거미와 견줄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할 때 우리는 동물이 되는가?/미셸 세르/ 이수지 옮김/민음in/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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