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14일 수요일

「현대 문화에서의 돈」-게오르그 짐멜

◇ "우리는 모든 특정인으로부터 훨씬 더 독립적이다. 바로 이런 관계가 강력한 개인주의를 창출한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고립이 아니라 그들과 맺는 관계가, 하지만 그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인가를 고려하지 않고 맺는 관계가, 그리고 그들의 익명성과 그들의 개체성에 대한 무관심이, 바로 이 모든것이 사람들을 상호 소외시키고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에게 의존하도록 만드는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모든 외적인 관계가 인격적인 특성을 지녔던 다른 시기들에 비해서, 오늘날 돈의 존재는 -근대에 대한 우리의 성격 규정에 상응해서- 인간의 객관적인 경제행위가 개인적 색채 및 고유한 자아로부터 더욱더 명확하게 분리될 수 있도록 만든다. 결국 인간의 고유한 자아는 외적인 관계들로부터 물러나서 그 이전의 어느 때보다 더욱더 자신의 가장 내면적인 차원으로 회귀하게 된다.




◇“돈은 우리에게 지금까지 모든 인격적인 것과 특수한 것을 절대적으로 유보한 채 개인들을 결합시킬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을 가르쳐주었다. (…) 따라서 설령 우리가 화폐에 의한 거래가 초래하는 분리와 소외에 대해서 한탄한다고 할지라도,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돈을 지불하고 그에 대해 필연적인 대가로서 일정하고 구체적인 가치를 받게 됨으로써 돈을 동일한 경제권의 구성원들을 매우 강력하게 연결시킨다. 돈을 직접적으로 소비되지 않는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실제로 소비하고자 하는 것을 제공해줄 수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를 연결시켜준다. 따라서 현대인은 고대 게르만 민족의 자유인이나 혹은 그 후의 농노와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공급자와 공급원에 의존한다. 그의 존재는 매 순간 돈에 대한 이해관계에 따라 창출된 수백 가지의 결합관계들에 의존한다. 이런 결합관계가 없으면 현대인은 마치 체액의 순환이 차단된 유기체의 일부분처럼 더 이상 존속할 수 없을 것이다.”


◇“슐라이어마허Schleiermacher, 1768-1834가 강조한 바에 따르면, 기독교는 경건함, 곧 신에 대한 열망을 인간 영혼의 항구적인 상태로 만든 최초의 종교이다. 이에 반해서 그 이전의 신앙 형식들은 종교적 분위기를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 연결시켰다. 마찬가지 이치로, 돈에 대한 열망은 정착된 화폐 경제에서 인간의 영혼이 보여주는 항구적인 상태이다. (…) 신의 개념은 다음과 같은 사실에 심층적인 본질이 있다. 이 세상의 모든 다양성과 대립은 신을 통해서 통일성에 도달하게 되며, 또한 신은, 중세 말기의 저 특기할 만한 근대정신인 니콜라우스 폰 쿠사Nikolaus von Kusa, 1401-64의 멋진 표현을 빌리자면, 모순의 지양-또는 대립의 지양-이라는 사실 말이다. 존재의 모든 낯섦과 화해 불가능성은 신에서 통일성과 화해를 발견한다는 이 이념으로부터 평화, 안전 그리고 모든 것을 포괄하는 정도로 풍부한 감정이 유래하는데, 이 감정은 신에 대한 표상 및 우리가 신을 소유한다는 표상과 결부된 것이다. 의심할 여지없이, 돈이 자극하는 감정들은 이것과 심리학적인 유사성을 지닌다. 돈은 점점 더 모든 가치들을 충분하게 표현하는 등가물이 됨으로써 아주 추상적인 높이에서 객체들의 매우 광범위한 다양성을 초월하게 되며, 또한 아주 상반되고, 낯설며, 멀리 떨어져 있는 사물들이 자신들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상호 접촉하는 중심이 된다. 이렇게 해서 돈은 우리들에게 개별적인 것을 초월하도록 해주며, 돈이 지닌 전능을 마치 하나의 최고 원리가 지니는 전능인 양 신뢰하도록 하는데, 이 원리는 언제든지 개별적이고 비천한 것으로 전환될 수 있다. 따라서 돈의 소유가 허락해주는 안정과 평온의 감정, 그리고 돈에서 가치들이 교차한다는 확신은 순수하게 심리학적으로 보면-이른바 형식적으로 보면- 돈이 우리 시대의 신이라는 탄식에 대해 심층적인 근거를 제시해주는 방정식이다.”







「현대 문화에서의 돈」-게오르그 짐멜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