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2일 월요일

인도에서의 선과 악

우리나라에서 아수라장이라고 말할 때 나오는 아수라는 인도신화에 등장하는 신의 이름이다. 신화 속의 아수라는 한쪽은 악의 얼굴이고 다른 한쪽은 선의 얼굴이다. 신화에는 악한 아수라들이 고행을 거쳐서 신에게서 강한 능력을 받거나 선한 아수라들이 신들의 속임수에 빠져 타락해 악이 되는 경우가 나온다. 인도에서 신과 아수라는 서구문화권의 서노가 악처럼 딱 부러지게 나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죽은 뒤에 착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보상과 악한 사람에게 가해지는 처벌도 일시적이다. 힌두교의 지옥은 다른 종교와 달리 영원히 머무는 곳이 아니다. 극악무도한 일을 저질러도 영원히 벌을 받지는 않는다. 가장 훌륭한 사람은 곧바로 구원을 받지만, 가장 나쁜 사람도 인간에게 하등동물로 떨어졌다가 환생을 통해 결국은 구원을 받는다. 직행이냐 멀리 돌아가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악행에 대한 절대적인 처벌은 없다.
많은 인도인이 성서로 여기는 바가바드기타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엿볼수 있다. 사촌과 전쟁을 앞둔 아르주나는 '싸울 것이냐 말 것이냐'로 햄릿처럼 고뇌한다. 싸우지 않는다면 왕국을 지키는 크샤트리아(왕)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고, 싸운다면 일가붙이를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크리슈나 신은 번민하는 주인공에게 사람을 죽이는 일은 나쁘지만 크샤트리아로서 본문과 의무를 다하는 행동은 나쁘지 않다고 일러준다.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하려고 쓰는 나쁜 방식은 괜찮다는 것이다. 즉 목적이 좋으면 수단은 정당화된다.
인도인은 어렸을 때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상황에 따라 처신하는 법을 배운다. 전통적인 가치관에 따르면 살인은 카스트와 상황에 따라 정당화될 수 있다.아르주나처럼 전쟁터에서의 군인의 살인은 정당하다. 군인과 달리 상인이나 사업가라면 용기보다 돈을 잘 버는 것이 최선이다.


인도는 힘이 세다/이옥순 지음/창비/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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