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9일 목요일

1800년대 전반에 델리지방에 살던 브라만 모한 랄

모한 랄의 선조들은 이슬람제국인 무굴을 위해 일했고 나라로부터 많은 땅을 하사받았다. 그러나 그의 가문은 무굴제국이 내우외환에 시달린 정치격 격변기에 그 땅을 다 빼앗기고 말았다. 카슈미르 출신의 브라만인 모한의 아버지는 모한의 친어머니가 죽자 종교가 다른 무슬림 여성을 새 아내로 맞았다.
모한 랄은 영국인이 델리에 나타나자 재빨리 마음과 충성의 대상을 바꾸었다. 모한은 2년간 델리대학의 한 칼리지에서 영어를 배웠고ㅡ 영어라는 나룻배를 타고 새로운 시대의 강을 헤엄쳐나갔다. 영어를 무기로 삼은 모한은 델리에 있는 한 영국인의 비서로 일했다.
모한은 영국인 상사를 따라 비밀업무를 수행하러 아프가니스탄과 중앙아시아, 페르시아 등지를 여행하며 영국인을 위해 일했다. 그뒤에도 다양한 역할로 영국에 봉사한 모한은 그 보상으로 영국으로부터 토지를 받았다. 봉급도 많이 받았다. 델리에서 안정적으로 세력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인 영국 지배자는 모한이야말로 친영파로 유용한 인물이었다. 영국은 모한에 대하여 '새로운 인간형' '새로운 모델의 인도인'이라는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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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변신도 끝이 왔다. 영국에서 귀국한 모한은 별다른 직업을 얻지 못했다. 1857년 세포이항쟁이 일어나자 영국인과 친하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고 도시 밖으로 도망간 적도 있었다. 영국의 외면을 받은 그는 사업에도 실패하고 쓸쓸하게 30년의 남은 생을 보냈다. 진정한 영국인이 되라고 영국으로 보낸 두 딸은 귀국하는 도중에 천연두에 걸려서 모두 죽었다.

인도는 힘이 세다/이옥순 지음/창비/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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