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8일 월요일

소비자 만들기

요새 모든 당파의 정치인들은 한 목소리로 절실하게 '소비자 주도의 경기회복'을 말한다. 생산 감소, 주문 감소, 중심 상업지구의 불황은 모두 소비자의 관심 또는 '소비자의 신뢰'(다시 말해 파산에 대한 두려움을 억누를 만큼 강력한 소비자의 신용 구매 욕망)가 부족한 탓으로 몰아가곤 한다. 이 모든 문제가 일소되리라는 , 경기가 활력을 되찾으리라는 희망은 소비자들이 다시 자신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책임으로 돌아간다. 소비자들은 다시 ㄱ구매하려고 하고, 많이 사려고 하고, 더 많이 사려고 해야한다. 상황이 정상적이고 제대로 돌아감을 확인하는 주요 근대적 잣대이자 사회가 계획대로 작동함을 알려 주는 주요 지표인 '경제 성장'은 소비자 사회에서 '국가의 생산력' (건강하고 풍부한 노동력, 넉넉한 재원, 자본가들과 경영자들의 대담한 기업가 정신)이 아니라 그 소비자들의 열망과 활력에 기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날 개인의 동기와 사회통합, 그리고 체제 재생산을 연결시키던 노동이 수행했던 역할이 이제는 소비자의 활동에 맡겨졌다.
'전근대'-사람들에게' 자기 신분을 지키고' 태어날 때 결정된 그 '사회적 범주'의 생활수준에 맞춰살라(그러나 그걸 넘어서지 말라)는 비교적 간단한 과제를 지우는 , 전통적이고 귀속적 ascriptive인 사회적 배치 구조-가 해체되면서, 근대는 개인에게 '자기 건설'의 의무를 지웠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할 수는 없겠지만 , 적어도 그 기초부터 차근차근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을 건설하라는 것이다. 개인의 책임- 지난 날에는 귀족이 무언지, 상인이 무언지, 용병, 장인, 소작농, 농장노동자가 뭔지 명확하게 정의해 놓았던 질서를 따르는 것이었지만-은 이제 사회적 정의 자체를 선택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승인받는데 까지 연장되었다.








새로운 빈곤/지그문트 바우만/이수영 옮김/ 2004/ 천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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